사업모델의 틀 V2

사업모델(business model)이라는 말은 인터넷 시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판매자는 상품을 제공하고 고객은 댓가를 지불하는 단순 판매 모델이 대부분이었던 시대에는 사업모델이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포탈이나 검색 서비스처럼 사용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고 수입은 제3자에게서 얻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업모델이라는 말이 자리잡게 되었다. 말이라는 것은 어떤 개념을 잘 나타내어야 하는데, 기존의 말로는 (예를 들어 ‘전략') 이런 개념을 잘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명확하게 하려면 생각하려는 대상의 개념을 잘 이해하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절한 언어가 있어야 한다. 많은 경우 개념과 그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는 동전의 양면이다. 관련 개념들은 산발적으로 있는데 포괄적인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념 자체도 잘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rganizational Technology라는 용어와 개념을 소개한 다른 글도 그런 취지이다.

사업모델도 그랬다. 분명히 뭔가 실체가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정리가 안 되니 개념이 흔들리고 사람들끼리 소통이 어려웠다. 또한, 사업모델을 만들거나 변화시키려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각의 틀(framework)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업모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Organizational technology의 대표적인 한가지이다. 고객과 우리에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의 전체적이고 핵심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Business Model Canvas라는 도구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괜찮아 보인다. 다만 구성요소가 9가지나 되어서, 필자처럼 기억력 나쁜 사람이 외우고 평상시 아무 때나 생각할 수 있는 도구로는 조금 부적합한 느낌이 있다. 또 한가지는, 틀이 복잡하면 할수록 틀 자체가 생각의 유연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틀은 간단할 수록 사고의 유연성에는 좋다. 가장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에게는 그냥 백지가 최고의 아이디어 도구 아니겠는가? 반면에, 잘게 구성된 틀은 생각을 편하게 해주는 점도 있다. 마치 논술형 문제보다 단답형 문제가 답하기 쉬운 것과 비슷하다. 틀은 도구이며, 도구는 내게 맞아야 한다. 어떤 틀을 사용하는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란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고의 유연성이건 minimalism의 아름다움이건, 단순함을 좋아할 (또는 필자처럼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필자가 사용하는 사업모델 틀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2005년경에 만들어서 계속 사용하던 것을 수정하였다.

이전에 사용하던 틀은 다음과 같았다.

사업모델 틀 - 과거 버전

사업모델 틀 - 과거 버전

사업모델을 가치제언, 수익모델, 그리고 사업 하부구조로 나누어서 정의하도록 하였다.

매우 유용했고, 실제 컨설팅이나 자체 신사업 기획에 사용해왔다. 우연히도,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크리스텐슨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다니면서 보니 그도 거의 동일한 틀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년간 사용하면서 몇가지 이슈들이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의 틀에서 가치제언은 우리가 '주는 것'을 말하는데, 실전에서 가치제언을 표현하다보면 우리가 '받는 것' 즉 수익모델도 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청소년이나 노년층에서 인기있는 알뜰 폰의 가치제언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쓸만한 휴대전화로 저렴한 요금에 이동전화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버전의 사업모델 틀에서 이 사업모델을 대강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가치제언 - 쓸만한 휴대전화로 기본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
  • 수익모델 - 낮게 책정된 휴대전화 판매 수입 및 통신요금
  • 사업하부구조 - 임대한 이동통신망, 판매와 개통을 위한 대리점망, 고객서비스 조직 등

틀을 원칙적으로 따르자면, 가치제언에 우리가 고객에게 주는 것만 표현하다보니 ‘낮은 가격'이라는 중요한 가치제언 요소가 빠지게 된 것이다. 좀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필자가 이노베이션 컨설팅이나 워크샵을 할 때에는, 가치제언과 수익모델이 MECE하게 (서로 겹치지 않게) 되지 않아도 되도록 가치제언을 융통성있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계속 그럴 거면 틀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치제언은 사업모델을 생각하는 출발점이고, 알파요 오메가다. 어차피 그렇게 수익모델을 포괄해서 표현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면, 그런 사고에 어울리는 틀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한가지 이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느 부분에서 설명하는가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가치제언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는 고객이 그로부터 얻는 가치이다. 가치제언의 일부로서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하면, 일목요연해야 할 가치제언이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사업하부구조에 포함하자니 성격상 이질적이었다.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의 중요성에 비하여 약간 어정쩡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실제 가치의 주고 받음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을 생각해보자. 방문자는 무료로 구글 검색을 사용하지만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트래픽을 구글에게 줌으로써, 광고주들에게 좋은 광고판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공짜지만 공짜가 아닌 것이고, 엄연히 가치의 교환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트래픽을 넘어서 자세한 개인정보까지 주고 있어서, 고객이 받는 가치보다 구글에게 주는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기존의 수익모델 정의로는 ‘비금전적인 댓가’가 빠져서, 실제로 고객과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교환의 본질을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새 버전은 다음과 같다.

사업모델 틀 - 새 버전

사업모델 틀 - 새 버전

가치 제언, 상품과 서비스, 수익모델, 사업하부구조로 나누었다. '수익모델'이라는 이름보다 '보상' 또는 '보상모델'이 더 좋아 보이는데, 수익모델이 워낙 익숙한 용어라서 그냥 사용한다. 이전 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가치제언이 우리가 주는 것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는 것을 종합해 볼 때 어떤 가치를 주는 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치제언이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사업모델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새 틀을 이용하여 알뜰폰의 정의를 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가치제언 - 쓸만한 휴대전화로 기본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 상품, 서비스 - 기본적 기능이 있는 피처폰들, 저가 스마트폰 모델들, 기본적 사용자를 위한 통신 상품
  • 수익모델 - 낮게 책정된 휴대전화 판매 수입 및 통신요금
  • 사업하부구조 - 임대한 이동통신망, 판매와 개통을 위한 대리점망, 고객서비스 조직 등

틀을 이용하여 사업모델을 정의했으면, 그 후에는 평가를 해야 한다. 몇가지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니즈가 존재하는가?” 수요는 물론 많을수록 좋겠지만, 틈새시장도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수요의 크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모델일수록 미래 수요는 예측하기 어려운 법이다. 크다고 생각했는데 작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 주목할 것은 ‘니즈가 강렬한가'이다. 사람들이 고통을 느낄 정도의 강한 니즈라면, 일단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둘째, “실현 가능한가?” 아무리 좋은 사업모델도 실현이 어렵다면 수정하거나 포기하여야 한다. 로보트가 아기를 돌봐주는 사업모델을 생각했다면, 일단 그런 로보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길, 또는 정부에 호소하여 바꾸는 길 등을 연구할 수는 있지만, 해결이 되기 전까지는 그 사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제성이 있는가?” 향후 5년간의 손익계산서 예상 같은 복잡한 사업계획이 아니라, 사업하부구조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이고 손익분기에 필요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상세한 조사나 분석을 통해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작업이 큰 그림을 가리고, 작업을 위한 작업이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작업만 하는 것이 좋다. 하루 워크샵 정도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서 큰 그림의 기획을 거의 마치고 꼭 필요한 조사나 분석 등 추가적으로 할 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개한 사업모델 틀을 평소 생각할 때나 회사의 전략적 작업을 할 때에 유용하게 사용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