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니치 사업모델 만들기 - 화가와 캔버스

매스니치 생태계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사업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화가, 하나는 캔버스이다.

매스니치 = 화가 + 캔버스 

화가(artist)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개성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매스니치 생태계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앱 개발자, 온라인 옷 쇼핑몰,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이다. 그들은 소비자의 니즈와 취향을 읽고 감각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개성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의 구성 요소는 캔버스(canvas)이다. 캔버스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데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앱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이고, KT나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이고, 디자인 마켓플레이스이다. 옷에서는 지마켓이나 옥션 같은 오픈마켓이나 메이크샵과 카페24같은 온라인쇼핑몰 솔루션 업체, 동대문의 도매상, 소량의 주문도 받아주는 봉제업체 등이다. 맥주에선 소규모 맥주 제조에 알맞는 작은 장비를 판매하는 업체, 맥주 제조나 포장 작업의 외주를 해주는 업체들이다.

매스니치는 화가와 캔버스가 시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공생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하기는 어렵고,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화가는 1명이나 소수의 팀이 하기에 좋고, 캔버스는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어울리는 모델이다.

화가 사업모델 만들기

화가 모델의 생명은 자본력도, 첨단 기술도, 전국적인 유통망도 아닌 독창성에 있다. 화가는 다른 화가의 작품과 뚜렷이 다른 나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남과 다른 독특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화가 모델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성공적인 예술가를 떠올리는 것이다. 비틀스, 조용필 같은 음악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들은 그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시장조사를 통해서 나온 음악이 아니었다. 자신의 분명한 색깔이 있었기에, 세월에 따라서 이런 저런 음악 스타일을 시도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음악이 조용필임을, 비틀스임을 알 수 있었다. 전통적인 매스마켓과 달리 매스니치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전체 시장을 독식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평균적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어차피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내놓고,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는 편이 매스니치 화가답다.

또한, 나의 인간성(personality)이 제품과 서비스와 함께 담겨있어야 한다. 매스니치의 소비자들이 팬이 되는 것은, 그 회사가 재무적으로 튼튼하거나 큰 회사여서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거기에서 제공되는 상품이 좋아서이고, 이차적으로는 그 사람들이 좋아서이다. 대기업이라면 특정인과 연결 짓기 어려운 몰인격성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매스니치 화가라면 고객들이 자신의 상품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함께 관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업전략적으로는 Start Small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스니치 화가의 상품은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다. 얼마나 인기를 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번에 인기 작품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작게 시작해서 작품을 실험해가는 것이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화가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 외의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여러 직원들을 고용하여 내부적으로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핵심이 아닌 일을 최소화하고 스스로는 작품 창작에 집중하여야 한다. 예술가가 관리에 바빠서 좋은 작품을 못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변명이다. 당신은 예술가다.

캔버스 사업모델 만들기

캔버스 사업모델의 고객은 화가이다. 그러므로 캔버스는 화가가 작품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화가가 더 멋진 작품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고, 작품 창작 외에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을 처리해주는 것이 캔버스가 할 일이다.

급소를 포착한 캔버스는 하루아침에 거대한 매스니치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 앱스토어나 오픈마켓이 했던 일이다. 그것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우리 회사가 속한, 또는 관심 있는 시장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미 다양성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이미 다양성이 존재한다면 가장 필요한 캔버스는 발견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 주로 유통과 마케팅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미 동대문 등에 옷의 다양성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발견하고, 만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회사들은 바로 그 빠진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다양성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핵심은 아티스트가 할 일과 캔버스가 할 일을 나누어보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회사를 맥주의 제조까지 하는 모델로 한정을 하였다면, 보스턴 비어컴퍼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 도전자들도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래프트사는 레시피만 만들고, 제조는 아웃소싱을 해주는 회사들이 있었기에 더 많은 참여가 가능했던 것이다.

모바일 앱의 경우 구글과 애플의 차이를 보면 이 관점을 이해하기 쉽다. 애플은 하드웨어는 자사 제품으로 제한하고, 앱의 다양성만 촉진하는 모델이다.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풀어서 하드웨어도 다양해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오늘날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선도하는 운영체제가 된 것은 이 사업모델의 차이가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물론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다양성은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구글이 최근 모토롤라를 레노보에 매각하면서도 휴대전화를 모듈화하는 프로젝트 아라(Ara)는 구글에 남긴 것을 보면,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제공업체도 다양해지기를 원하는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러므로 캔버스 사업모델을 하려면 시장전체의 가치 사슬 (Value Chain) 또는 더 넓게 가치 망(Value Net)을 보고, 화가가 할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화가의 독창성이 발휘되기 위하여 화가가 직접 할 일이 무엇인지를 판별하여야 한다. 매스니치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역할 분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