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니치의 동인 - 어떻게 가능해졌나?

앱, 옷, 맥주에서 매스니치적 생태계는 어떻게 발생할 수 있을까? 그 동인을 살펴보자.

고객의 다양한 니즈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니즈가 없다면 매스니치는 출현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내 취향에 딱 맞는 것을 쓰고자 하는 니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길 원하는 니즈, 새롭고 독특한 것을 찾는 니즈 등이 강해지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엄청난 다양성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쉬워진 발견

다양성이 증가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 하나는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10가지중에서 고를 때보다 1000가지 중에서 고를 때 사람들은 훨씬 어려움을 겪는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1000가지 안에 파묻혀서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옛날에는 다양성이 있어도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로 누리지 못하였다. 스티브 발머가 윈도우용 프로그램이 4백만종이 넘는다고 하였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실제적 다양성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 중 상당수는 특정기업에만 쓰이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들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매스니치 생태계는 특히 인터넷을 활용하여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다. 앱스토어나 오픈마켓처럼 집중적으로 모아서 보여주는 장터와 이것을 보강해주는 검색엔진과 소셜네트워크가 그런 역할을 한다.

지식의 공유

, , 크래프트 맥주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지식이 널리 공유된다는 것이다. 어느 사업을 하건 지식은 가장 처음 만나는 장벽이다. 아주 초기의 개척자들은 스스로 해쳐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그들이 시행착오 하면서 얻은 지식을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조성하였다. 온라인 옷 쇼핑몰에 대한 블로그, 지식 공유, 책은 넘쳐난다. 앱 개발에 대한 정보와 질의 응답도 Stackoverflow, GitHub 등 개발자 커뮤니티에 무수히 많다. 크래프트 맥주사들은 온라인이나 책으로도 활발히 지식 공유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컨퍼런스 등에서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진입이 어려운 전통적인 시장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왜 그럴까? 초기 리더들의 개방적인 성품도 역할을 했겠지만, 완전경쟁이 아닌 속성도 역할을 한다고 본다. 매스니치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상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과 직접적인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나만 독특한 상품으로 일정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쉽게 사업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들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급자가 되기 어렵다면 매스니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매스니치는 많은 공급자의 참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매스니치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창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생태계가 생기면서 발전하였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려면 1년에 99달러만 내면 된다. 그리고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앱 매출이 발생하면 70%를 개발자에게 준다. 구글은 더 저렴하다. 1년 회원비는 무료고, 처음 한번만 25달러를 내면 된다.

지마켓의 오픈마켓에서 옷을 판매하려면, 등록비는 전혀 없고 판매액의 12%만 지마켓에 지불하면 된다. 메이크샵으로 자체 도메인의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월 사용료 55,000원만 내면 된다. 메이크샵에의 판매액 수수료는 없고, 결제대행사에 카드결제수수료 3.5% 정도만 내면 된다.

생산 및 조달을 쉽게 해주는 것도 판매 이상으로 중요한 환경이다. 크래프트 맥주 초창기 개척자들의 경우 이런 도움이 없어서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야 했지만, 크래프트 맥주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도와주는 생태계가 시작되고 있다. 생산을 대신 해주는 회사들, 맥주 제조나 병과 캔의 포장을 위한 작은 장비를 파는 회사들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큰 맥주공장과 많은 직원을 두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몇천만원 정도의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에게 도매상은 적은 수량도 판매한다. 5, 10개도 가능하다. 도매상이 온라인 쇼핑몰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판매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봉제공장에서 애초에 비교적 소량의 주문도 받아주기 때문이다. 옷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단골은 10개 이하 심지어 1개의 제작을 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입는 다리에 달라붙는) 레깅스처럼 차별화가 안 되는 기본적인 상품들은 저렴한 중국에서 사오는 경우가 늘었지만, 차별화된 디자인의 소량생산 품목들은 여전히 한국의 봉제공장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봉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자동화에 큰 진전이 없었는데, 그로 인하여 대량주문을 받을 필요가 비교적 적고 옷의 매스니치 생태계에 알맞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모바일이나 앱 스타트업의 창업 환경도 지난 몇 년간 크게 발전했다. 요즘은 서버를 구입할 필요 없이, 월 정액을 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소 용량은 월 2-3만원에 빌릴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용량만 빌리고, 커지면 늘려가면 된다. 디자이너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덜 발달했지만, 해외에서는 온라인을 통하여 디자이너를 선택하고 로고, , 앱 등의 디자인을 맡길 수 있는 장터가 발달되어있다. 개발을 할 때에도 공통적으로 쓰이는 부분들은 미리 완성이 되어 있어서, 가져다가 끼우면 된다. 인터넷에는 이러한 부품들(라이브러리라고 부른다)을 주고받는 곳들이 있다. 상당수는 오픈소스여서 무료로 쓸 수 있다.

그래서 옷도, 앱도, 심지어 맥주도 1-2인 창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창업을 할 소질이 있는 넓은 저변

창업에 좋은 환경이 아무리 조성되고 있어도, 할만한 사람이 없었으면 매스니치적인 생태계는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스니치가 이루어진 시장에는 그것을 할만한 주인공들이 많이 있었다.

메이크샵 관계자에게 어떤 사람들이 창업을 하냐고 물었을 때, 옷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옷 좋아하고 많이 사는 사람들이 결국 창업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가 아직 가난하던 시절에는 패션을 즐길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소득이 높아지고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 성장한 세대에게는 패션감각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의류, 디자인, 미술 등을 공부한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전공자가 아니어도 옷을 좋아하고 잘 입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모바일앱도 비슷하다. 지금의 40대 이하는 직장에서 손으로 문서작업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의 20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터넷을 접하였다. 10대는 2-3세부터 온라인으로 유아용 게임을 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와 친하기에 인터넷 관련 창업을 할 저변은 엄청나게 넓었던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에도 독특하고 맛있는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거대기업의 대량생산 제품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연 친화적이고 예술적인 삶을 사는 것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전통적인 양복입은 월스트리트 뱅커를 동경하지 않고, 장인적인 삶을 사는 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취미로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어도 많아졌다. 그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저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 가능성

경영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팔린 것들이고, 오픈마켓이나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팔 수 있다. 그런데 왜 컴퓨터보다 옷에 몰릴까?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소수의 대기업이 만들고, 표준화되어 있다. 그래서 가격비교를 통하여 구입하기가 쉽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차피 똑같은 제품인데, 비싼 곳에서 살 이유가 없다. 경제학의 완전경쟁에 가까운 모습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공급자는 생존할 수 있는 최저이익만 남게 된다. 뛰어들 유인이 별로 없다.

앱, 옷, 맥주는 가격비교가 어렵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허덕이지는 않는다. 잘 안 되어서 망하는 곳이 있는 반면, 잘 되어서 큰 이익을 남기는 곳도 있게 된다. 경제학에서 독점적 경쟁 (monopolistic competition)이라고 부르는 시장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디어와 감각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 “나는 잘 할 수 있어”라고 덤벼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