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과 사업모델은 다르다 - 코닥과 후지필름의 갈라진 운명

1980년대부터 시장에 등장한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시장의 최강자 코닥의 사업을 점차 위협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코닥은 1975년에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코닥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디지털 카메라의 사업화에 소극적이었고, 그래서 다른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후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2000년대부터 코닥의 실적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2012년에 코닥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하였습니다. 코닥은 이후 구조조정을 거듭하며 부활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이미 옛날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사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시기에 적절한 변화를 못한 대가는 엄청났습니다.

반면 똑 같은 사진용 필름 사업을 하였지만 오늘날 더욱 번창하게 된 기업도 있습니다. 일본의 후지 필름입니다.

후지필름은 필름사업에서는 코닥을 쫓아가는 후발주자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의 등장에 후지는 코닥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우수한 디지털 카메라 제품들을 개발하여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강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시장의 급격한 하락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동전화가 카메라 역할까지 하기 시작하여, 디지털 카메라 시장마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후지필름은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핵심역량을 이용한 다각화였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진용 필름은 100가지 화학물질이 포함된 20개의 층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밀하게 필름에 화학처리를 하고 층을 입히는 기술을 활용하여 후지필름은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필름을 만들었습니다. LCD 패널은 컴퓨터와 TV의 평면화면으로의 전환, 그리고 이동전화의 성장으로 2000년대부터 엄청난 성장을 하였고, 후지필름은 새로운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오래된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후지필름은 심지어 제약과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하였습니다. 사진 필름의 주요한 구성 물질인 콜라겐은 사람의 피부의 70%를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후지필름은 콜라겐에 대한 노하우를 필름이 아니라 인체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이 바래지는 것은 산화작용 때문입니다. 후지필름은 사진이 바래지 않게 하기 위한 항산화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름살 등 피부 노화를 가져오는 것도 산화작용 때문이었습니다. 후지필름은 항산화 기술을 노화방지를 위한 약품이나 화장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좋은 화질의 사진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서 얻은 나노 기술을 활용하여 피부에 흡수가 골고루 잘 되는 물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후지필름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왜 같은 사진용 필름 회사로 출발하였지만, 코닥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후지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코닥은 자신이 잘 하는 것이 사진 사업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거기에 집중하였습니다. 전략의 기본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므로, 잘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사고 자체는 좋습니다. 문제는 코닥이 자신이 해온 사업모델인 사진용 필름 사업을 자신의 핵심역량이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그러자, 잘 할 수 있는 시장은 사진 시장뿐이 없게 되었습니다.

반면 후지필름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사진용 필름 사업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쓰이고 있는 자신의 기술들을 핵심역량으로 파악하였습니다. 물론 익숙한 사진 사업과 달리 LCD용 필름이나 제약, 화장품 사업은 새로운 역량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술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장이 있음을 확인한 후지는 효과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모델이 핵심역량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더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