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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 잘못된 비교

    디지털타임스에서 삼성과 애플에 대한 분석기사를 썼습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102202100351759001

    그런데, 오류들이 눈에 보입니다. 기업전략적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재료라서 의견을 써봅니다.

    1. “갤럭시 스마트폰을 2대 이상 팔아야 아이폰 1대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문제가 있는 해석입니다. 가격은 저가 전략, 고가 전략 모두 가능합니다. 무엇이 우월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월마트는 “Everyday low price”를 내걸고 세계최대의 유통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기업은 하나의 제품을 팔 수도 있고, 복수의 제품을 팔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두가지 아이폰을 팔고 있습니다. 삼성은 더 다양한 모델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삼성은 더 여러 고객층에게 판매합니다. 저가를 선호하는 사람과 고가를 선호하는 사람 모두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자연히 평균 단가는 내려갑니다. 이것도 전략적 선택일 뿐입니다.

    2. “애플이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매 분기마다 20%대 후반에서 30% 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20% 대로 올라섰다가 올 3분기 8%(추정치) 대로 하락했다.”

    이 부분을 문제로 여기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이상합니다. 가격전략은 그대로인데 영업이익률만 내려갔다면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파는데, 비용만 올라갔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면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영업이익’률’은 당연히 내려갑니다. 문제는 이익의 크기입니다. 영업이익을 일단 보겠지만, 더 엄밀하게 하자면 경제적 이익을 따져야 합니다.

    경제적 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것입니다. 영업이익이 늘었어도 재고가 많이 늘었다면 영업이익을 내기 위하여 많은 자본이 투하된 것이므로 경제적 이익은 줄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백화점보다 보통 영업이익률이 낮지만 재고의 회전율이 높아서 자본비용이 낮습니다. 참고로 재고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동일한 매출을 올리는데 필요한 재고가 적은 것입니다. 물건이 빨리빨리 팔리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3.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할 때는 삼성전자의 다품종 생산 전략이 먹혀들었지만, 최근 주요 선진국 프리미엄 시장이 정체를 겪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에 밀리면서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수요가 급증할 때 다품종 전략이 더 좋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장이 급증할 때, 애플은 아이폰 한가지 모델을 고수하였습니다. 시장의 성장 자체보다는 글로벌하게 여러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다품종 전략이 효과적이 된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최근 주요 선진국 프리미엄 시장이 정체를 겪고”라는 것은 애플이나 삼성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누구에게 더 불리할까요? 애플입니다. 애플이 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면서”라는 부분은 맞는 해석으로 생각됩니다. 삼성이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어떻게 맞서느냐는 것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4. “더욱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설계부터 부품 소싱, 생산까지 모두 수직 계열화한 구조여서 제조비 부담이 애플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고, 시장 공략 실패시 돌아오는 실적 악화폭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대만 폭스콘 등으로부터 전량 외주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경영의 역사를 보면 20세기 초에 대량생산이 이루어져서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에 자동차 회사들이 부품생산까지 수직통합을 많이 했습니다.

    조금 어려운 얘기인데, 경제적으로는 부품을 직접 생산하건 외부에서 구매하건, 최종 제품의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음식점을 한다고 하죠. 음식점 A는 자가 건물에 있고, 음식점 B는 남의 건물에 세들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B는 A보다 임대료라는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A는 그만큼 비용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A의 주인은 “우리는 임대료가 없는 만큼 가격을 더 낮게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맞을까요?

    틀립니다. A가 (B라면 이익을 낼 수 없는) 낮은 가격을 받아서 회계상의 이익을 냈을지는 몰라도,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세를 주었으면 벌어들였을 임대수익이라는 기회비용입니다. 부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더 비용이 낮다고 주장하는 자동차 회사는 그 부품에 마진을 붙여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회비용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유리한 점은 있습니다. 수직통합이 되어서 비용이 낮으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B 음식점은 손실이 나는 가격에 A가 판매하여 판매량을 많이 올리는 것입니다. 경제적 이익을 따지기 이전에, 가격 전쟁 상황이 되면 생존에 유리한 것입니다. 그게 20세기의 많은 대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수직통합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애플이 삼성에 비하여 비용이 낮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론적으로 가능성은 있습니다. 애플의 외주 제작사나 부품 공급사들이 삼성의 내부 공장들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서, 삼성의 내부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애플에 판매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데이터로 분석을 하면 이런 의문들도 풀 수 있겠지만, 우선 기사에 근거하여 몇가지 문제로 보이는 것들만 지적하였습니다. 기자님께서도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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